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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주치의 (4) (My Primary Doctor in Charg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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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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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07 13:59:28, 조회 : 98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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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주치의 (4)
(My Primary Doctor in Charge)
오늘은 지난번에 언급했던 대로, 학위논문을 마치자마자 극도의 긴장과 과로로 인하여 얻은 질병을 고쳐주신 “나의 주치의”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에 관한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려 한다. 미국에 와서 학위논문에 관하여 김영우 박사님(아세아연합신학대학)으로부터 학위논문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김 박사님 자신도 훌러신학교(Fuller Theological Seminary)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리폼드 신학교(Reformed Theological Seminary)에서 학위를 받을 때, 힘들었다면서 필자의 학위논문에 관해서 조언해주셨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필자가 건방지게도 그까짓 논문 정도야라는 식으로 말했던 기억이 난다. 왜냐하면, 한국신학교에서 이미 정식 학위논문과 같은 형식의 논문을 여러 번 쓴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웃에 살고 계신 김달생 목사님(라보드 신학교, 현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교의 설립자)과 자주 만난 적이 있는데, 그분에게서도 미국에서 학위논문을 마치고 난 후에는 대부분 앓아눕게 된다는 말씀을 들었다. 그만치 논문 쓰기가 힘들다는 뜻인데 필자는 그 당시는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학위과정을 마치고 논문작성에 들어가니 과연 장난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처음부터 오리엔트 시간에 학교에서 기를 죽이는 말을 하는데, 학위과정을 마친 학생 중에 30%만 학위를 수여한다는 것이다. 나머지 70%는 학위를 주지 않는 것이 학교의 방침이란다. 그때부터 긴장하기 시작했다. 그제야 당시 한국신학교와 다른 미국신학교의 학위논문 지도체계를 감지하게 되었다. 하기야 필자는 이미 ITS 신학석사(Th.M) 과정에서, 미국 칼빈신학교(Calvin Theological Seminary)의 훌륭한 교수들에게 수업 과정에서부터 혹독한 훈련을 받았다. 학기마다 많은 독서(reading requirements)는 물론이고, 과목당 과제(writing requirements)가 세 편(2 minor papers and 1 major paper)을 써야 하고, 그뿐만 아니라 과목 토론(class discussion)과 과제 발표(presentation)까지 해야 했다. 박사학위 논문 준비를 위해 제일 먼저 하는 작업이 지도교수와의 인터뷰에서 무슨 주제(title)로 어떻게 논문을 쓸 것인가를 정하여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proposal/prospectus), 대부분 지원자(70%)를 여기서 탈락시킨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논문의 기준이 미국의 ATS 기준에 맞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제1차로 여기서 논문을 쓸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를 테스트한다는 것이다. 사실, 어느 목사님은 저에게 말씀하시기를 논문 작성계획서(proposal)에 관한 인터뷰에서 4번이나 실패했다는 것이다.
필자는 제1차 테스트에서 논문작성 승인을 받은 후, 정말 열심히 준비하기 시작했다. 논문자료를 위하여 훌러신학교 도서관과 클레어몬트신학교에 가서 하루에도 수십 권의 책에서 관련 부분들을 복사하고, 여기저기 다니며 관련 자료들을 모아서(약 350여 권의 resources) 큰 바인더(binder)로 10권 이상의 자료집을 만들었다. 물론, 해당 주제에 관한 프로젝트(project) 클리닉(clinic)과 평가결과물도 철저히 준비했다. 그러고 나서, 논문을 쓰기 시작했다. 처음에 제1장을 열심히 써서 지도교수(academic dean)에게 보였다. 당시에는 컴퓨터 사용이 드물고 대부분 타자를 이용했기 때문에, 타자로 작성해서 보냈더니, 폰트(글꼴) 모양이 아주 예쁘고 좋긴 한데, 논문을 수없이 수정해야 하므로 컴퓨터로 작성하는 편이 좋을 것이라 조언해주었다. 즉시 컴퓨터와 HP 프린터를 사서 논문을 쓰기 시작했다.
컴퓨터로 다시 서론과 제1장을 작성해서 지도교수에게 보냈더니, 다시 수없이 많은 곳에 밑줄을 치고 새빨갛게 고치고(correction), 질문하고(question), 지도교수 자신의 아이디어(idea)까지 덧붙여서 돌려보낸 것이다. 지도하는 대로 다시 작성해서 보냈더니, 또 전문을 확 헤쳐서 새빨갛게 지적하며 다시 수정해서 보내란다. 또다시 열심히 수정해서 보냈더니 똑같은 방식으로 무려 제1장을 가지고 다섯 번 이상이나 되돌려 보내는 것이다. 이렇게 하기를 6개월 이상 계속되었다. 그래서 필자는 지도교수에게 항의하기 시작했다. “교수님께서 나에게 졸업을 시키지 않으려고 하시는 것입니까? 앞으로 4장 이상을 더 써야 하는데 말입니다.” 그제야 지도교수님께서 논문 쓰는 방식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필자를 모델 케이스(model case)로 삼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필자의 논문은 보장(guarantee)해주겠다는 약속까지 받았다. 그 덕분에 필자는 남들보다 더 혹독한 훈련으로 고생을 하게 되었지만, 그 결과 논문작성에 관해서 전문적인 지식을 습득하게 되었다. 이같이 어렵게 훈련을 받은 덕분에 나머지 논문작성을 마치고, 마지막 심사 인터뷰(oral defense/colloquium doctorum)에서 심사위원들의 질문에 거침없이 답변하게 되었고, 심사위원장으로부터 훌륭한 논문(good job)이라는 칭찬을 들으며 졸업을 하게 되었다.
논문을 마치는데 이렇게 힘든 과정을 거치고 나니, 피로한 심신이 긴장이 풀리면서 즉시 심한 독감에 걸렸고, 이로 인하여 앞에서도 언급한 대로, 몸이 쇠약해져서 목회 사역에까지 영향을 받았다. 그 독감을 오랫동안 앓다 보니 치유된 후에도 후유증으로 고생이 말이 아니었다. 우선, 계속해서 기침이 그치지 않을 뿐 아니라 숨이 차서 층계를 오르기가 힘들 정도였다. 하는 수 없어 여러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았으나 소용이 없었다. 특수 자가치료 기구를 사서 집에서 열심히 치료해보았지만, 이것도 효과가 없었다. 미국 종합병원(General Hospital)에 가서 기관지경(bronchoscope) 검사까지 했으나 역시 원인조차 모른단다. 주야로 기침이 나고 걸어 다닐 때도 숨이 찰 뿐만 아니라 특히 2층 3층에 올라가려면, 한 계단 한 계단 천천히 올라가야 하며, 올라가서는 숨이 목까지 차올라서 바로 문을 열지 못하고 한 참 동안 숨을 진정시킨 후에 문을 열고 들어가야 했다. 인간의 방법인 의과 치료를 다 받다 못해 이제는 하는 수 없어 육신의 주치의가 아니라 영혼과 육신을 고치시는 “나의 주치의” 주님에게 매달리게 되었다.
힘들게 학교 강의를 하면서도 기도원 기도굴에 들어가서 영육 간의 “나의 주치의”이신 주님께 부르짖기 시작했다. 그때가 벌써 병을 얻은 지 4년이 가까운 때였다. 추운 겨울에 하루는 기도원에 가서 기도하는데, 주님께서 필자에게 전과 같이 영감(?)으로 “네 기침은 만 4년이 되는 날에 그칠 것이다”라는 말씀을 주신 것이다. 이러한 주님의 소리 없는 말씀(영감?)은 과거에도 몇 차례 경험했기 때문에, 즉시 아멘! 하며 주님께 감사기도를 드렸다. 그때로부터 만 4년이 되기 전날이었다. 그날도 밤 1시경에 기도원에 올라갔다. 기도원에 올라가니 큰 성전에도 철야 기도하다가 성전 바닥에 즐비하게 누워 자는 성도들로 꽉 차 있었다. 저들은 무슨 소원이 있기에 이 추운 겨울에 기도원 성전에 와서 밤잠을 설치며 저리도 애절하게 부르짖고 있을까? 그렇게도 우렁차게 부르짖던 성도들의 기도 소리도 끊어지고 잠잠한 가운데, 하나님 천사들의 보호 아래 고요한 적막이 흐르고 있었다. 아마 보좌로부터 내려주실 하나님의 응답을 기다리고 있는 고요의 순간이 아닐까? 저들이 꿈속에서라도 주님을 만나 소원을 이루기를 기도했다.
수많은 성도들의 기도 소리도 끊어진 이 심야에 나 홀로 기도굴에 들어가 부르짖기 시작했다. \\"주여 이 죄인을 불쌍히 여기사 용서하시고 건강을 회복시켜 주시옵소서!\\" 아무도 듣지 않으니 마음껏 기도할 수 있었다. 아침이 될 때까지 부르짖고 또 부르짖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자신이 초라해 보였고, 주님 앞에 몸 둘 바를 몰랐다. 얼굴을 들 수 없어, 바알 신과 아세라 신을 섬겨 여호와 하나님을 진노케 했던 이스라엘 민족의 죄를 걸머지고 갈멜산에서 다리 사이에 얼굴을 처박고 부르짖던 엘리야와 같이, 필자도 다리 사이에 얼굴을 처박고 하나님께 부르짖었다. 어떤 분은 은혜를 받은 후 자신이 죄인이라는 생각에 감히 하나님이 계신 하늘을 향하여 얼굴을 들 수 없어서 얼굴을 땅에 처박고 새우잠을 잤다는 간증을 들은 적이 있다. 필자도 자신의 죄를 생각하여 감히 주님 앞에 얼굴을 들 수가 없었던 것이다.
홀로 기도굴에서 깊은숨을 몰아쉬며 하나님께 울부짖는 필자의 모습을 보시기만 해도 가엽게 여기지 않으실까? 하나님의 자비하심과 긍휼하심을 바라며 한없이 부르짖고 부르짖다가 그만 잠이 들었다. 잠을 깨고 보니 이른 아침이 되었다. 이제 주섬주섬 겉옷을 챙기고 기도굴을 나와 평상시 하는 대로 산 중턱 운동 시설이 있는 곳으로 올라가는데 이상하게도 몸이 가볍고 숨도 차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산 중턱으로 뛰어서 올라가 보았는데, 역시 숨이 하나도 차지 않은 것 아닌가? 더 힘차게 뛰어보았는데 역시 숨이 차지 않아, 그제야 주님께서 약속하신 날이 바로 오늘이라는 것을 깨닫고 껑충껑충 뛰면서 손을 들고 주님께 아멘! 할렐루야! 감사를 연발하면서 찬송을 불렀다. 찬송을 부르며 뛰어서 산에서 내려와도 역시 숨이 차지 않았다. 그때로부터 지금까지 몇 층이던 계단을 오르내려도 숨이 차지 않고 거뜬한 것이다. 필자는 이렇게 인간 의사가 고치지 못하는 질병은 “나의 주치의”가 되시는 주님께 부탁한답니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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