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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다원주의와 역사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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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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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08 01:45:55, 조회 : 2,87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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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다원주의와 역사 비평
글쓴이 : 인보라 조회 : 37
종교다원주의와 역사 비평
장세훈
(호주 퀸즈랜드 대학교 Ph.D)
서 론
최근 한국 교회를 포함한, 전 세계의 교회들이 종교다원주의 논쟁으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존 힉(John Hick)과 폴 니터(Paul Knitter)와 같은 급진적인 종교다원주의자들은, 모든 종교들은 궁극적으로 동일한 신(The Reality)을 경험하고 있으며, 서로 다른 종교적 관습과 가르침은 하나의 신에 대한 다양한 반응에 불과하다고 역설한다. 특히 존 힉(John Hick)과 같은 종교다원론자들은 기독교만이 구원의 종교라고 주장하는 논리야말로 가장 배타적인 종교적 독선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한다. 이들에 따르면, 기독교의 배타적인 요소들(예를 들면, 여호와의 유일성 혹은 예수의 신성과 유일성)은 종교간의 대화와 평화를 위해 반드시 제거되어야할 낡은 구시대적 산물에 불과하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존 힉(John Hick)은 기독교의 유일신 사상을 약화시키기 위해 구약에 나타난 유일신 사상의 기원을 후대 선지자 시대로 돌림으로써 구약 이스라엘 역사의 재구성을 시도한다. 그러나 이 같은 이스라엘 종교사 이해가 역사비평(의 역사적 재구성)에 의존하고 있음은 흥미로운 사실이 아닐 수 없다. 다시 말해, 존 힉(John Hick)은 기독교의 유일성을 공격하기 위해 철저하리만큼 역사비평의 (역사적 재구성) 방법론을 따르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본 논문의 목적은 이 같은 존 힉의 사상에 깊이 배여있는 역사 비평의 흔적을 추적하여, 그의 종교다원론을 비판적으로 고찰하는데 있다.
존 힉(John Hick)과 역사적 재구성
최근 급진적인 종교다원론자들 가운데 가장 영향력 있는 학자로는 단연코 존 힉(John Hick)을 손꼽을 수 있다. 그는 1922년 영국의 요크셔에서 출생하였으며 영국 성공회의 전통 속에서 성장하였다. 그는 어린 시절 영적인 회심을 경험하였으며 기독교의 기본교리들을 순수히 받아들였다. 그 후 존 힉(John Hick)은 영국 장로교회의 목회자로 헌신하였으며 영국의 유수 대학교에서 철학과 신학을 전공하였다. 그러나 존 힉(John Hick)이 영국의 버밍험 대학교의 신학과 교수로 재직할 당시, 다양한 문화와 인종 그리고 종교로 둘러싸인 버밍험의 환경은 그를 급진적인 종교 다원주의 신학으로 이끌어 주었다. 여기서 그는 God and the Universe Faiths (1973)와 God has many names (1980)와 같은 자극적인 저서들을 집필하면서 소위 "종교신학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시도하였다. 그 후 존 힉(John Hick)은 1982년부터 미국 클레몬트 대학교의 종교철학 교수로 봉직했으며 권위 있는 종교 학술지와 출판사를 통해 수많은 논문들을 기고하면서 가장 영향력 있는 종교다원주의자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흥미롭게도, 존 힉(John Hick)은 기독교의 유일신 사상을 약화시키기 위해 진화론적 관점에서 이스라엘의 종교사를 재구성하고자 시도한다.
먼저 존 힉(John Hick)은 칼 야스퍼스(Karl Jaspers)의 종교사 이해를 도입하여 종교의 기원과 발전을 설명하려 한다. 야스퍼스(Karl Jaspers)는 기원전 약 800년부터 200년에 이르는 시기를 자축시대(the axial period or axial age)라 간주하고, 이 시기에 체계화된 인류의 종교들이 등장하게 되었다고 본다. 비록 불교, 유교 및 유대교와 같은 종교들이 자축시대 이전에도 존재했었으나, 자축시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그 의식과 가르침이 체계화된 형태로 드러나게 되었다고 본다. 예를 들면, 자축시기에 이르러 유교는 공자와 그 제자들의 등장으로 말미암아 온전한 종교의 형태를 띄게 되었던 것이다. 더욱이 존 힉(John Hick)은 유대교의 유일신 사상의 기원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한다. 그는 이스라엘 역사에 나타난 유일신 사상의 기원을 대 선지자 시대로 돌린다. 존 힉(John Hick)에 따르면, 초창기 이스라엘 민족들이 믿었던 "야웨"라는 신은 일종의 부족신에 불과했으나, 후대의 대 선지자들의 유일신론적 가르침과 영향으로 말미암아 이스라엘 민족의 테두리를 벗어나 온 우주의 창조자요 역사의 주관자로서 보다 지고한 존재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존 힉(John Hick)은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히브리인의 하느님은 원래 이스라엘 민족의 '야웨'라는 부족신이었다. 그리고 팔레스타인 민 족의 '다곤'이나 모하드 민족의 '체모스'와 같은 부족신과 싸우는 하느님이었다. 그러나 기원 전 6-8세기에 나타난 아모스, 호세아, 이사야 1세, 예레미야, 이사야 2세와 같은 예언자들은 야웨는 히브리 인의 하느님일 뿐만 아니라 천지의 창조주이며 모든 역사와 인류의 심판자라 고 끈질지게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는 또한 말하기를,
유대교는 대 선지자들의 활동으로 시작된 것이 아니라, 자축시대 3-4세기 전에 발생한 모세 의 출애굽, 혹은 보다 시대적으로 앞선 아브라함과 함께 시작되었다고들 말한다. . . .그렇지 만 유대교의 뚜렷한 신(Eternal One) 이해는 대부분 자축시대의 대 선지자들에 의해 형성된 것이다.
결론적으로 존 힉(John Hick)은 자축 시대(the axial age)에 등장한 세계 종교들은 저마다 다른 가르침과 의식을 지니고 있으나 궁극적으로 동일한 신(Eternal One)을 체험했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신 체험 이해에 근거하여, 존 힉(John Hick)은 이스라엘의 유일신 사상은 후대 선지자들의 산물이며, 원시 부족 신앙에서 출발하여 점차 체계화되고 발전된 종교 진화의 결과에 불과하다고 단언한다. 결국 존 힉(John Hick)의 이스라엘 종교사 이해에 따르면, 유일신 사상을 반영하고 있는 구약본문 혹은 자료들은 선지자 시대, 바벨론 포로기 혹은 포로기 이후 시대에 생겨난 것들임에 틀림없다.
흥미롭게도, 이 같은 존 힉의 구약역사 이해는 지난 100년간 구약학계를 지배해왔던 역사 비평학적 접근(역사적 재구성)과 그 맥락을 함께 하고 있다. 19세기 후반 진화론의 영향으로 말미암아 이스라엘 종교사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들은 이스라엘의 종교가 정령숭배(animism), 토템숭배(totemism), 다신론(polythism), 단일신론(henotheism), 유일신론(monotheism)의 순으로 발전했다고 보았다. 곧이어 율리우스 벨하우젠(J. Wellhausen)은 이러한 진화론적 역사관을 구약 성서 비평에 적용시켜 문서가설을 주창하였다. 벨하우젠(J. Wellhausen)의 문서가설은 구약학계에 엄청난 변화와 충격에 안겨다주었으며 곧바로 구약 성서학자들의 사상적 기초가 되고 말았다. 그후 벨하우젠(J. Wellhausen)의 문서가설을 추종하는 역사 비평학자들은 유일신 사상을 반영하는 구약 본문 혹은 자료들이 대부분 선지서 시대, 포로기 혹은 포로기 이후에 생겨난 것들이기 때문에, 유일신 사상을 초기 이스라엘 역사로 소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한다. 비록 벨하우젠(J. Wellhausen)의 문서가설에 문제를 제기하며 그의 이론을 수정하려는 역사 비평 학자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구약 본문의 역사를 재구성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근본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심지어 편집 비평학자들과 정경 비평 학자들조차도 이 같은 역사적 재구성 방법론으로부터 완전히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면, 편집 비평학자들은 익명의 편집자를 창안(?)하여 그 편집자의 삶의 정황을 재구성하려고 시도한다. 그러므로 대부분 역사 비평학자들은 구약에 나타난 유일신 사상은 초기 이스라엘 역사 가운데 존재했었던 것이 아니라, 후대의 저자들이 그들이 속한 삶의 정황의 필요에 따라 (혹은 관심에 따라) 만들어 낸 체계화된 (혹은 진화된) 신앙체계일 뿐이다. 그러므로 유일신 사상을 초기 이스라엘 역사에로 소급하는 일은 불합리한 일로 여겨진다.
위기에 처한 역사비평의 역사적 재구성
그러나 최근 들어 역사 비평의 역사적 재구성 방법론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지금까지 수많은 역사 비평학자들은 유일신 사상을 모세 시대로 소급시켰던 올브라이트(Albright)와 그의 학파에 맞서 고고학적 증거들과 자료들을 통해 유일신 사상의 후대성을 입증하는데 심혈을 기울여 왔다. 예를 들면, 스톨츠(Stolz)과 같은 신학자는 이스라엘의 유일신 사상이 제2 이사야(Second Isaiah)가 살았던 포로기 시대에 생겨난 것이라고 단정짓는다. 스톨츠(Stolz)에 의하면, 초기 이스라엘(포로기 전 이스라엘)은 유일신 사상과는 전혀 상관없을 뿐만 아니라, 후대의 유일신 사상에 전혀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오히려 초기 이스라엘 사회는 여호와를 여러 신들 가운데 한 부족신으로 섬기던 혼합종교적 사회에 불과했으나, 포로기에 활동하던 선지자들의 유일신론적 사상과 가르침으로 말미암아 진정한 유일신 사상이 발생하게 되었다. 특히 스톨츠(Stolz)는 이러한 초기 이스라엘의 혼합종교적 성향 및 유일신 사상의 후대성이 Kuntillet' Ajr d와 Khirbet el-Q m 비문들을 통해 증명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Kuntillet' Ajr d와 Khirbet el-Q m 비문들은 주전 8세기 혹은 9세기의 무덤에서 발굴된 것으로, 그 중 가장 논쟁의 대상이 되는 표현들은 다음과 같다: "I bless you by Yahweh of Smaria, and by his Asherah"와 "Yahweh of Teman and his Asherah". 스톨츠(Stolz)와 같은 역사 비평학자들은 이 비문의 표현을 통해 포로기 전 이스라엘은 단지 혼합종교 사회였을 뿐 유일신론적 공동체가 아니었다고 단언한다.
그러나 최근의 여러 신학자들은 Kuntillet' Ajr d와 Khirbet el-Q m 비문들을 초기(혹은 포로기 전) 유일신 사상의 부재를 증명해 주는 단서로 취급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고 본다. 이 비문의 표현들은 단지 포로기 전 이스라엘 사회의 뿌리깊은 혼합종교의 영향력을 보여줄 뿐, 이방신 숭배가 이스라엘의 공식적인 제사 행위였음을 증명해 주지는 못한다. 오히려 이 비문의 표현들은 초기 이스라엘 사회에 만연했던 아세라 숭배의 심각성에 대한 성경 본문들의 증거들과 조화를 이룬다. 다시 말하자면, 이 비문들에 나타난 혼합종교사상은 포로기 전 이스라엘의 비공식적(non-normative) 제사 행위들을 암시해 준다. 라토(Antti Laato)는 다음과 같이 진술한다:
Kuntillet' Ajr d 및 Khirbet el-Q m 비문들과 성경의 자료는 서로 상충되지 않는다. 그러므 로 우리는 성경의 자료들이 후대의 신학적 해석들에 의해 너무 왜곡된 나머지 (이 성경의 자료들이) 이스라엘 및 유다의 종교적 구조를 보여주는 신뢰할만한 그림을 제시하지 못한다 고 가정할만한 명백한 증거를 갖지 못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Kuntillet' Ajr d 및 Khirbet el-Q m 비문들의 표현은 이스라엘의 비공식적인 우상 숭배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성경의 증거들을 뒷받침해준다. 그러므로 이 비문들을 통해 유일신 사상의 후대성을 입증하려는 역사 비평학자들의 입장은 설득력을 상실하고 있다.
나아가 역사 비평의 역사적 재구성 방법론은 또 다른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먼저 브레바드 차일즈(Brevard S. Childs)와 같은 정경 비평학자들은 구약 본문을 파편화시켜 성서의 최종 정경 형태와 그 맥락을 간과한 역사 비평 연구를 비판해 왔다. 브레바드 차일즈(Brevard S. Childs)는 다음과 같이 진술한다:
구약 신학의 정경적 접근이야말로 첫 출발점이 된다. . . 신학적 반성(theological reflection) 의 대상은 구약의 정경 문헌, 즉, 전수받은 이스라엘의 전통(traditions)인 히브리 정경이다. 신학적 반성을 위한 자료들은 본문 배후의 사건이나 체험이 아니며, 어떤 한 믿음과 실천의 공동체에 의한 해석으로부터도 분리된다.
차일즈와 같은 정경 비평 학자들에 따르면, 역사 비평 학자들은 본문을 재구성하기 위해 본문 배후의 사건들이나 정황에 치중한 나머지 구약의 최종 정경 형태와 (신앙 공동체로부터 정경으로 받아들여진) 그 맥락을 무시해왔다. 그리하여 정경 비평 학자들은 구약 본문들을 분리시키고 단절시키는 통시적인 접근법에서 탈피하여 본문 그 자체를 정경적 맥락에서 최종 형태(the final form)로 읽고 해석할 것을 촉구하였다. 다시 말해, "편집의 과정도, 해석자의 자기이해도 아닌, 정경적 본문이야말로 권위적인 것이다." 이 같은 정경적 접근은 역사 비평 학자들로 하여금 구약본문을 신앙 공동체의 권위적인 정경으로 이해하고 해석하도록 이끌어주었다. 그러나 비록 정경 비평 학자들이 역사 비평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본문의 정경적 권위를 회복시켜 본문을 최종 정경 형태로 읽고 해석할 것을 강조하긴 했으나, 그들의 정경적 접근은 여전히 역사 비평의 역사적 재구성 방법론으로부터 탈피하지 못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정경 비평학자들은 역사 비평학자들에 의해 재구성된 구약의 자료들 혹은 문서들(J, E, D, P 혹은 제1, 2, 3 이사야)이 어떻게 최종 정경 형태로 읽혀져야 하는가에 초점을 둔다. 그러므로 정경 비평 학자들의 가장 큰 취약점은 기존의 역사 비평과 같이 본문의 재구성을 허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차일즈가 후기 제사장 이론을 수용할 뿐 아니라, 최근에 출간된 이사야서 주석에서 둠(Duhm)의 문서가설(제1, 2, 3 이사야)을 여전히 사용하고 있음은 이 같은 사실을 단적으로 증명해 주는 좋은 실례가 된다.
이러한 정경 비평의 한계점을 깨달은 최근의 성서 신학자들은 본문 배후의 역사나 정황을 재구성하여 본문을 파편화시키는 역사 비평의 역사적 재구성 방법론으로부터 완전히 탈피하여 본문 그 자체를 연구대상으로 강조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본문의 수사학적 구조나 언어 기호학적 장치를 탐구하면서 본문의 통일성을 증명할 뿐 아니라, 해석에 참여하는 독자들의 역할과 그 중요성을 인식한다. 더욱이 이들에 따르면, 본문의 해석은 현대 독자들의 상황(context) 혹은 그들이 속한 공동체의 신학적 배경과 밀접한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인식은 역사 비평의 역사적 재구성을 새롭게 조명할 수 있는 통찰력을 제공해 준다. 즉, 역사적 재구성 방법론은 역사 비평 학자들이 속한 신앙 공동체 신학과 결부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벨하우젠(J. Wellhausen)의 신학은 그의 루터교 전통의 신학에 기초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벨하우젠(J. Wellhausen)은 역사적 재구성의 새 전기를 마련해준 그의 책, 고대 이스라엘 역사 서론 (Prolegomena to the History of Ancient Israel)에서 역사서나 선지서에 비해 율법을 다소 과소평가 하는 루터교 신학의 영향력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그는 다음과 같이 진술한다:
나는 초창기 학생시절에, 사울과 다윗, 아합과 엘리야의 이야기에 매료되었다. 아모스와 이사야의 강론들은 나를 강하게 사로잡았다. 그리고 나는 구약의 선지서와 역사서를 통해 나 자 신을 잘 깨닫게 되었다. 내가 이러한 본문들을 접할 수 있었기 때문에, 나는 이 본문들을 잘 이해했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동시에 나는 구약의 기초요 필요조건으로 이해되어왔던 율법을 잘 알지 못했기 때문에, 기초(foundation)가 아닌 지붕(roof)부터 시작하지는 않았는지 의 구심을 품게 되었다. 마침내 나는 용기를 내어 출애굽기, 레위기, 신명기를 살피기 시작했으 며, 심지어 위 책들에 대한 크노벨(Knobel)의 주석을 연구하였다. 그러나 율법을 통해 역사서와 선지서를 조명해 보려던 노력은 헛된 것이었다. 오히려, 역사서와 선지서에 대한 나의 향수는 율법에 의해 차단되었다. 율법은 역사서와 선지서를 내게 더욱 친숙하게 만들어주기 는커녕, 소음만 낼 뿐 보이지 않으면서 실제로 아무런 영향력을 갖지 못하는 유령처럼, 내게 불쾌한 본문으로 다가왔다. 율법과, 역사서와 선지서간에 공통점이 발견되는 곳마다 차이점이 발견되었다. 그래서 나는 율법에 우선권을 두려는 결정이 불가능함을 발견하였다. 희미하게나마 나는 전적으로 거리가 먼 두 세계를 분리시키는 모든 차이점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명확한 개념을 정립하기도 전에, 나는 "이스라엘 역사"(History of Israel, vol. 2)에 소개된 에발트(Ewald)의 설명을 접한 뒤 더 깊은 혼란에 빠져들었다. 1867년 여름 쾨팅엔을방문했을 때, 마침내 나는 리츨(Ritschl)를 통해 칼 그라프(Karl Heinrich Graf)가 율법을 선지서 이후에 위치시켰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이러한 가설의 근거들을 살펴보기도 전에, 이 가설을 수용할 태세를 거의 갖추고 있었다. 나는 점차 토라의 책을 배제한 체 고대의 구약본문을 이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었다.
이와 같은 벨하우젠(J. Wellhausen)의 반 율법이해는 바울 중심의 신학에 입각한 루터교 전통에 기인한다. 유대교에 있어서, 율법은 구약의 중추적인 위치를 점한다. 그리고 선지서와 역사서는 율법의 사상을 해석하고 확대 발전시킨 책으로 이해된다. 이와 반대로, 루터교에 있어서, 선지서는 그리스도의 출생, 생애 및 수난을 예언하고 있기 때문에 율법보다 더 중요한 위치를 점한다. 나아가 율법은 선지자들 시대 혹은 그 이후에 생겨난 것이기 때문에, 선지서야말로 율법보다 더 중요한 위치를 점하게 된다. 그리하여 벨하우젠(J. Wellhausen)은 율법과 복음과의 대립적 구도에 근거한 루터교의 신학적 배경에 따라, 자연스레 반 유대교 사상에 젖어들게 되었고, 마침내 반 율법주의를 바탕으로 한 구약본문의 재구성을 시도하였던 것이다. 그러므로 벨하우젠(J. Wellhausen)이 구성한 이스라엘 역사는 독일 루터교 전통에 입각한 벨하우젠 자신의 역사적 재구성에 불과하다. 좀더 엄격하게 말하자면, 벨하우젠(J. Wellhausen)은 독일 루터교 공동체의 한 독자로서 그의 반 율법주의 신학으로 구약본문을 재구성했던 것이다. 이제 많은 신학자들은 이와 같은 독일 역사 비평학자들의 반 유대교 혹은 반 율법주의 신학에 회의를 느끼고 있다. 분명 역사적 재구성 방법론은 이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역사 비평 방법론은 또 다른 거센 도전에 위협받고 있다. 최근 들어 역사 비평학자들의 서구 중심(western centered)의 독선에 염증을 느낀 학자들은 역사 비평의 제국주의적 접근(the imperial approach)에 맹렬한 비난을 퍼붓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역사 비평 학자들은 본문의 의미는 역사 비평 방법론에 의해서만 발견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들은 본문의 의미는 저자의 의도와 결부되어 있으며, 저자의 의도는 역사적 재구성을 통해서만 파악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들에 따르면, 본문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하고 올바른 해석법은 역사 비평 방법론이다. 데이빗 건과 단나 페웰(David M. Gunn & Danna N. Fewell)은 이 같은 역사 비평의 서구 중심의 독선을 다음과 같이 꼬집고 있다.
또 다른 질문은, 비평가들은 하나의 올바른 성경 해석(a single right method of interpretation)만이 존재한다고 생각해야하는가 라는 것이다. 대부분 역사 비평 학자들의 대답은 "그렇다"는 것이다. . . . 역사 비평에 따르면, 역사 비평이야말로 정확한 방법(the correct method)이며, 올바른 의미(the right meaning)는 이 방법을 통해 파악되었다. 실로 역사 비평은 해석의 피라미드의 꼭대기였다. . . . 물론 이러한 해석의 거만함은 굉장했으나 서구 지향적인 것이다.
본문의 의미는 과연 역사 비평 방법론에 의해 독점되어야 하는가? 역사 비평 방법론을 떠나서는 올바른 본문의 해석이 불가능한 것인가? 최근 들어 이 같은 서구 중심의 오만과 독선에 염증을 느낀 신학자들은 역사 비평의 제국주의적 태도야말로 가장 심각한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서구 중심 신학의 한계를 벗어나 남미, 아프리카 및 아시아 신학에도 귀를 기울여야만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물론 역사 비평이 가져다 준 결실을 무시할 수는 없다. 최근 보수주의 진영에서도 역사 비평의 장점을 부분적으로 수용하여 그것을 복음주의적 관점으로 잘 여과시키고 있다. 그러나 서구 편향적 시각에 근거하여 역사 비평과 입장을 달리하는 해석을 열등시하거나 무가치한 것으로 치부하는 제국주의적 발상은 지양되어야 한다. 본문의 의미는 역사 비평의 소유물이 될 수 없다. 역사 비평만이 가장 올바른 유일한 해석이 될 수는 없다. 이와 같은 제국주의적 태도는 비단 역사 비평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 해석 공동체 안에 자신의 해석만이 유일하다고 자처하는 교만과 독선이 자리잡고 있는 한 우리의 참된 신학의 대화는 이루어질 수 없다. 비록 입장을 달리한다 할지라도,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겸허한 자세들이 우리들의 신학의 기초를 이룰 때, 우리의 해석 공동체는 보다 성숙한 단계로 나아갈 것이다. 이제 역사 비평학자들은 자신들의 해석 방법론과 입장을 달리하는 자들의 해석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서구를 벗어난 제3세계 신학자들과 차이들을 함께 나누고 서로 배워나가는 겸손한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
평가 및 결론
지금까지 존 힉(John Hick)의 이스라엘 종교사 이해와 역사 비평의 역사적 재구성의 문제점을 살펴보았다. 존 힉(John Hick)은 기독교의 유일신 사상을 약화시키기 위해 이스라엘 역사의 재구성을 시도한다. 그러나 이 같은 존 힉(John Hick)의 이스라엘 역사 이해는 진화론적 가설에 근거한 역사 비평의 역사적 재구성에 의존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그의 이스라엘 종교사 이해는 역사 비평이 안고 있는 심각한 문제점들을 고스란히 짊어지고 있다. 지난 1세기 동안 성서학계를 지배해왔던 역사 비평은 이제 거센 도전에 직면하여 그 위력을 상실해 가고 있다. 그러므로 존 힉(John Hick)이 역사 비평과 결별을 선언하지 않는 한, 역사적 재구성에 근거한 그의 종교다원론은 결국 역사 비평과 동일한 운명에 처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존 힉(John Hick)이 역사 비평의 한계를 인식하고 그의 이론을 재수정하기에는 이미 늦어버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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